내 집 마련, 분양권에도 길 있다
지난 9월 DTI 규제가 서울 및 수도권으로 확대된 데 이어 10월 제2금융권으로까지 확대된 이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심화되고 그 하락세가 점차 서울 및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주택시장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지는 듯하다.
이런 와중에도 독야청청 홀로 호황을 누리는 곳이 있다. 바로 분양시장이다. 지역별 또는 단지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분양 물량이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이 순위내 마감되고 있고, 1~3순위내 청약이 미달된 단지 역시 무순위 청약에서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일반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청약 성적을 한껏 밀어올리고 있다.
분양시장 호황에 힘입어 그간 공급을 미뤘던 물량도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분양시장에 있어 한겨울과 한여름은 양대 비수기라 해서 분양을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12월에 전국적으로 5만9천6백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고, 이중 5만2천2백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올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이다.
예비 청약자 입장에서야 분양 물량이 많으면 청약 기회가 많아져 좋지만 분양시장이 과열될수록 청약 경쟁이 치솟아 당첨 확률이 낮아지고 더불어 치솟는 분양가가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일반 매물을 매입하자니 가격도 만만치 않고 DTI 규제니 뭐니 해서 자금 마련하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다.
이런 때 분양권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분양권은 청약 자격이 필요하지 않아 치열하게 경쟁할 필요가 없고,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자금마련이 비교적 용이하다. 또한 기존의 분양조건을 그대로 승계할 수 있고, 분양계약 조건 이행률에 따라서는 몇 천만원의 계약금만으로 분양권을 매입할 수 있어 초기 자금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 뿐이랴! 분양권은 분양계약이 이루어진 후 입주 전의 상태에 있는 아파트로 신규 청약이 진행되는 단지에 비해 입주기간이 짧다는 특성이 있다. 심지어 분양권을 매입하고 3개월내에 즉시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도 있다.
일반 매매보다는 입주기간이 길어 자금 마련이나 대금납부에 다소 여유가 있고, 청약을 통해 분양 받는 것보다는 입주기간이 짧아 입주까지 필요 이상 오랜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또한 일반 매매에서와 같이 학군과 직장을 고려한 단지 선택은 물론 동ㆍ호수ㆍ층ㆍ향을 임의로 선택해 매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물의 선택권 행사와 새 아파트 입주라는 일반 매매와 분양의 장점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달리 말해 수요자의 입주계획(입주시점, 자금)과 기호(입지, 가격, 동ㆍ호수ㆍ층ㆍ향)에 맞게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바로 분양권 시장이다.
그렇다고 분양권이 마냥 운수대통의 결과만 가져다주는 복권 상품은 아니다. 좋은 점도 많지만 유의해야 할 점이 한둘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야 분양권 가격, 즉 프리미엄이 지속적으로 형성 가능한 곳의 분양권을 매입하고 싶어 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옳겠지만 내 집 마련 실수요자에게 있어 프리미엄 상승은 이만저만 부담이 아니다. 분양가 이상의 높은 가격은 물론 심지어 인근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권을 매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수요라면 분양 물량이 집중된 곳 중에서도 입지 경쟁력이 우수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분양 물량이 집중된 곳은 분양권 매물이 많을 수 있어 매물 선택 폭이 넓고, 입지 경쟁력이 우수하면 분양권 매수 후 가격 하락에 대한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다.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를 찾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미분양이 많은 단지를 고르는 것은 금물이다. 분양권도 내 집 마련 목적을 위해 취득하는 것인 만큼 가급적 지역 및 브랜드 선호도가 높거나 입주 후 주거환경이나 입지여건이 개선될 여건이 충분한 곳의 분양권을 매입해야 한다.
매입하고자 하는 분양권에 대한 사전 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 분양권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의 정보에 의존하겠지만 매수자가 직접 그 정보의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분양률(또는 계약률), 공사 진척도, 입주 예정일 등 분양현장에 대한 정보는 물론 분양계약서와 분양내용의 진위 여부, 중도금 대출이 있는 경우의 대출조건 또는 중도금 납입 현황, 발코니 확장 등 옵션 사항에 대한 계약금 납입 여부, 금융기관 대출 조건에 대한 승계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당초 분양권은 2003년 5.23대책을 통해 전매가 제한(투기과열지구내)되기 시작했으나 MB정부 들어 지속적인 규제완화(투기과열지구 해제)를 통해 강남3구를 제외한 전지역의 분양권 거래가 가능하게 됐다. 물론 아직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단지의 경우 권역과 공급규모에 따라 공공택지는 5년~1년, 민간택지는 3년~1년간 전매가 금지되고 있다.
따라서 입주 전 분양권 상태로 거래할 수 있는 물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2009년 11월말 기준 수도권에서 거래할 수 있는 분양권 물량은 총 427개 단지에 23만4천여가구(조합원 분양권 포함) 정도.
이들 분양권이 모두 매물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수요가 몰렸던 유망지역(동탄, 파주, 도심재개발, 광명 등) 일반 매물 및 조합원 매물이 입주를 앞두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