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 왜 1년 연기
“준비 덜돼 시행땐 가산금 물을 판” 기업들 어려움 호소에 전격 유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법인·개인사업자의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전면 의무화 방안을 1년 유예키로 지난 14일 합의함에 따라 섣부른 정책 추진에 따른 혼란은 일단 피하게 됐다.
기업 재무담당자와 세무사들은 국회의 결정을 반기고 있으며 이번 기회에 위반 시 가산세를 적용하는 방식에서 전자세금계산서 이용 시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제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계자들은 만약 전자세금계산서 제도가 일정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실시됐다면 제대로 가입하지 못한 많은 사업자들이 가산세를 물게 되는 상황에 몰렸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자세금계산서를 제대로 발행해 거래하려면 상당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가산세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세무사회 홈페이지에는 한 세무사가 “직접 전자세금계산서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데 그 절차가 어려워 나 자신이 세무사인지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이런 일을 실제로 사업자들에게 직접 하도록 권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유재선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전자세금계산서를 강행했다면 엄청난 혼란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며 “앞으로 1년간 시간을 가지면서 납세현실을 충분히 고려해서 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전자세금계산서는 사실상 더 큰 비용이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한 중소기업이 여러 대기업과 거래할 때 이들 대기업이 사용하는 전자세금계산서 처리업체와 일일이 다 계약하고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한다.
더욱이 전자방식에 익숙하지 못해 대기업 등 거래 상대방에서 대신 처리해줄 때 전자세금계산서 처리업체들은 훨씬 많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다 해킹과 바이러스, 전자세금계산서업체의 시스템 다운과 부도 가능성 등 각종 변수도 도사리고 있었다.
애초 전자세금계산서는 현 정부에서 과표 양성화와 납세 편의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한 제도로, 전자세정 기반을 마련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결국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1년간 유예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됐지만 적지 않은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세무사는 “전자세금계산서를 어겼을 때 일률적으로 가산세를 매기는 방식보다는 전자세금계산서를 냈을 때 세금을 깎아주는 등 보다 긍정적인 측면의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