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왜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하나?
조선 부진에 현대오일뱅크도 인수 추진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경영진을 갖춰 불황에 대비하고, 새로운 경영전략을 만들겠다는 의지입니다.” 얼마 전 전격적으로 이뤄진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에 대한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얼마 전 현대중공업그룹은 장수 CEO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과 송재병 현대미포조선 사장을 퇴진시키고, 대신 오병욱 해양플랜트 사업본부장과 이재성 경영지원본부장을 각각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미포조선 사장에는 조선사업본부장을 맡았던 최원길 씨가 임명됐다. 업계에선 수주 부진에 대한 책임과 동시에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인사로 평가한다.
실제 조선산업은 발주량 급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세계 조선산업은 선가 하락과 발주량 감소로 최악의 상황”이라며 “현대중공업의 올해 선박수주량은 4억4000만달러로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오병욱, 이재성 공동 대표이사 사장 체제는 이런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오 신임 사장은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와 해양 및 플랜트 사업 본부장으로 일해왔다. 이재성 사장은 현대선물 사장, 아산재단 사무총장, 현대중공업 기획실장 등을 거쳐 2004년부터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일해왔다. 현대중공업에서 대표적인 재무전문가로 손꼽힌다. 오 사장은 해양·플랜트 사업에 정통하고 이 사장은 재무관리, 인수합병(M&A) 등에 익숙하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인사로 해양·플랜트를 중시하면서 재무관리와 인수합병 등을 챙기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실제 올해는 비조선 분야의 실적이 두드러진다.
10월까지 해양과 플랜트 부문의 수주액은 각각 23억달러와 27억달러. 조선의 부진을 만회할 만한 수치다.
플랜트사업 부문은 지난 10월 미국 쉐브론(Chevron)으로부터 총 공사금액 20억6000만달러의 호주 고르곤(Gorgon) 해양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11월에는 14억달러(1조6600억원)에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개발공사를 수주했다.
비조선 부문 실적 상승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플랜트사업본부는 발전, 정유·가스, 화공설비 분야에서 20여년간 풍부한 공사 경험과 고도의 엔지니어링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화력·복합화력·열병합발전소의 일괄공사나 원자력 발전설비의 핵심설비를 제작해 공급하는 발전설비 분야, 정유·가스설비·석유화학설비 등 화공설비 분야를 주요 사업 분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진기계사업본부는 세계 대형엔진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다. 대형엔진뿐 아니라 프로펠러, 샤프트까지 선박 추진 시스템을 일괄 생산해 국내외 조선소에 공급한다. 기술 면에서도 대형엔진을 포함한 엔진 관련 품목 6개, PPS·로봇·펌프 등 9개가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는 선진기술 도입, 기술인력의 양성,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 첨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인수·합병도 활발
인수합병시장에서도 현대중공업은 단골 후보다. 최근에는 현대종합상사를 2350억원에 사실상 인수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월 현대종합상사 매각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인수 희망가격은 2500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채권단과 현대중공업은 실사 과정에서 ‘인수가격을 6% 정도 깎는다’는 가격 조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종합상사는 지난 2003년 9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 채권단이 공동 관리해왔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현대종합상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조선, 플랜트 등은 물론 신사업인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또 현대종합상사가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예멘 등지의 광구를 통한 자원개발사업 확장도 기대된다.
현대오일뱅크 지분과 경영권을 찾아오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최근 현재 현대오일뱅크 최대주주인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국제중재재판소의 중재판정 집행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월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는 IPIC가 주주 간 협약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며 ‘IPIC가 보유 중인 현대오일뱅크 주식 1억7155만주를(70%) 주당 1만5000원에 현대중공업에 즉시 양도하라’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 99년 IPIC는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지분 50%를 5억달러에 매입했다. 2003년에는 IPIC와 현대중공업 간에 계약 사항 위반 시 위반한 측의 주식을 전량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2007년 IPIC 측이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작업을 추진하자, 현대중공업 측은 이의를 제기하고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한 바 있다.
국제중재재판소 측은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지만 IPIC는 “현대중공업이 한국 법원으로부터 집행판결을 획득하기 전까지는 중재재판소의 중재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재재판소의 판정 결과가 법원에서 뒤집힌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승소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연내에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결정짓기를 바라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법원에서 승소할 경우 현대오일뱅크 지분 70%를 양도받기 위한 가집행에 착수할 예정이다.
김홍균 한화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에너지 관련 전반에 걸쳐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현대오일뱅크가 고도화시설을 강화하면, 현대중공업 플랜트사업부가 이를 수행할 수 있어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활발한 인수합병이 옛 현대계열사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최근에는 서울 중구 회현동 프라임타워 매각작업에도 간접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빌딩의 주인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매각 의사를 밝히자,현대가 계열의 두 신생 자산운용사가 경쟁적으로 나섰다. GIC는 최근 현대중공업 계열의 하이자산운용(현대중공업 계열)과 현대자산운용(현대그룹 계열) 2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은 최근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도 선도적으로 투자해 향후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총 28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전체 투자액의 20%에 이른다. 전북 군산에 세운 풍력발전기 공장은 지난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충북 음성의 태양광 제2공장도 가동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KCC와 공동으로 설립한 폴리실리콘 사업체에서 연간 2500톤 규모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폴리실리콘에서 웨이퍼, 태양전지, 모듈, 발전시스템까지 태양광발전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기업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의 비조선 부문이 내년에도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현대오일뱅크 인수에 따른 운용자금 부족 등의 리스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대오일뱅크 인수대금만 2조5000억원. 신규 수주가 부진한 상황에서 별도의 재무적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자금 부담이 올 수 있다. 실제 올 들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은 금융권 등으로부터 차입금을 늘리는 추세다.
지난해까지 현대중공업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 3분기 기준 현대중공업의 총 차입금은 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현대삼호중공업도 올 4월 처음으로 기업어음(CP)을 발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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