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항공기

i40 HYUNDAI

skybulls 2011. 10. 25. 15:05

 













 

현대가 유러피언 왜건을 들고 나왔다. 쏘나타에 바탕을 두었지만 더 고급스럽고 실용적이다. 그러나 조금 더 많이 팔 요량이라면 편의장비를 빼고 값을 낮춘 진정한 엔트리 모델이 필요하다.
* 글, 사진 박영문 기자

헥사고날 그릴은 여전히 곤충룩이다. 다행히도 처음 현대가 이런 모습을 들고 나왔을 때보다는 부담스럽지 않다. 시각적으로 익숙해진 탓도 있지만 점점 완성도를 높인 디자이너의 실력 덕분이다. 그릴 옆으로 날카롭게 치켜 뜬 헤드램프는 독수리의 매서운 눈매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가이드 램프의 반만 LED를 겉으로 드러내고 반은 면발광으로 처리하는 등 디테일에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다만 그릴 윗부분은 유럽형 그대로를 가져왔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옆모습은 2개의 수평으로 그어진 캐릭터라인 덕분에 심심치 않으면서 적당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D필러 부근의 디자인은 2006년 선보인 제너스 컨셉트카에서 따온 것. 개성적인 D필러를 돌아가면 독수리의 날개 모양을 본뜬 LED 테일램프가 눈에 띈다. 번호판 주위를 음각으로 처리해 헥사고날 그릴 이미지를 이어 앞모습과 통일성을 이뤘다. 안쪽으로 숨긴 테일파이프를 범퍼 양끝으로 드러내 스포티함을 강조한 것은 쏘나타와 크게 다른 이미지다.


쏘나타보다 뛰어난 감성품질
실내는 쏘나타의 이미지를 따랐지만 조금 더 고급스럽다. 크러시 패드에서 도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수평라인으로 넓은 공간감을 강조했으며 센터페시아의 수직 디자인과 조화를 이룬다. 커다란 파노라마 루프의 커버를 앞뒤 양쪽으로 숨기도록 디자인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스마트 내비게이션은 애프터마켓 제품들처럼 16G 용량의 SD카드를 이용해 업그레이드를 손쉽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용 케이블을 별도로 사야 했던 쏘나타와 달리 아이팟 범용 케이블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라디오 주파수뿐만 아니라 방송국까지 친절하게 표시해준다. 암레스트를 겸한 콘솔박스 커버 디자인을 비대칭으로 해 신선하다. 블랙 하이그로시의 감성적인 품질도 쏘나타보다 낫다.

그립감이 좋은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왼쪽에 오디오, 오른쪽에 크루즈 컨트롤 스위치가 있고 아래에 핸즈프리와 트립컴퓨터 스위치가 자리한다. 수동변속을 위한 패들시프트의 감성품질은 조금 아쉽다. 그 안쪽으로 보이는 수퍼비전 클러스터는 시인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4.2인치 TFT LCD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정보(내비게이션 안내 포함)를 깔끔하게 보여준다.
유럽 취향을 반영해 헤드램프 스위치를 스티어링 휠 왼편에 로터리 형태로 두었으며 꽈배기처럼 반쯤 틀어 놓은 도어핸들과 기어레버, 센터콘솔 노브 등 광택을 죽인 크롬으로 처리해 시각적으로나 감성적으로 만족스럽다. 도어핸들을 두 번 당기면 잠금이 해제되는 ‘2모션 도어 핸들’을 쓴 것도 쏘나타와 다른 점이다.
최고급형인 시승차는 운전석과 동반석 모두 10방향으로 조절되는 전동식 시트, 주차 조향보조 시스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시스템을 달고 있다. 오토홀드 기능을 사용하면 신호대기 중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휠베이스가 2,770mm로 쏘나타(2,795mm)보다 짧음에도 체감상 뒷좌석 레그룸은 큰 차이가 없어 안심이다. 6:4로 접히는 뒷좌석을 모두 앞으로 접으면 534L의 트렁크공간이 1,700L로 늘어난다. 파사트 바리안트(603~1731L)보단 작지만 동급 세단의 3배에 이르는 큰 공간이다. 급제동시 짐이 앞쪽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러기지 스크린과 러기지 베리어 네트로 안전에도 만전을 기했다. 전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트렁크는 국산 모델 중에는 처음으로 러기지 레일 시스템까지 더했다. 이를 활용하면 아주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한 크기의 짐을 단단히 고정시킬 수 있다.


누우(Nu) 엔진을 단 첫 수혜자
쏘나타와 달리 i40은 직렬 4기통 직분사 엔진을 달았다. 최고출력 178마력과 최대토크 21.6kg·m를 내 쏘나타에 쓰인 2.0L 세타Ⅱ MPi(165마력, 20.2kg·m)보다 강력하다. 여기에 패들시프트가 달린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아이들 상태의 정숙성은 뛰어나지만 N과 D모드를 오갈 때 느껴지는 진동이 쏘나타보다 약간 크다. 가속 페달의 반응도 약간 다른데 급가속할 때 차체의 움직임이 반 박자 느리게 느껴져 의외다. 이후의 움직임이 매끄러운 것으로 봐선 단순히 무게 차이(i40이 60kg 무겁다) 때문은 아니고 세팅 자체를 그렇게 한 것 같다. 현대의 다른 모델처럼 엔진회전수를 높일 때 과장된 소리를 내진 않는다. 그러나 이왕 유러피언을 강조할 바에는 조금 더 묵직한 소리를 내주었으면 하는데 그냥 평범한 4기통 엔진 소리에 머물렀다.

변속 패턴은 빠른 시프트업과 느린 시프트다운의 패밀리카에 충실한 세팅이다.  수동 모드에서도 킥 다운이 이뤄지고 가속 페달 끝에 별도의 스위치를 두어 급가속에 필요한 엔진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반갑다. 센터페시아 조수석 열선 스위치 아래에 있는 변속 패턴 스위치(E-D-S)를 누르면 약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즉, E 모드에선 연비 최적의 움직임을, S 모드에선 주행성에 초점을 맞춰 변속이 이뤄진다. D는 일반주행 모드. 그러나 그 차이가 생각만큼 크지 않아 존재감이 덜하다.
차음유리를 쓴 덕분인지 바람소리는 잘 걸러낸다. 반면 불편한 정도는 아니지만 고속에서  노면을 타고 들어오는 소음이 쏘나타보다 크게 느껴진다. 18인치의 광폭 타이어를 끼운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겠다.

서스펜션은 쏘나타와 큰 차이가 없다. ‘어? 유럽형이라며?’라고 실망 섞인 불평이 튀어 나올 만하다. 현대에 따르면 내수시장용 i40는 유럽형과 달리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승차감 위주로 세팅값을 바꿨다고 한다. 대신 하드타입 서스펜션과 알루미늄 페달, 버킷시트 등이 포함된 30만원짜리 유로 패키지를 옵션으로 두었다. 그러나 이 옵션을 최상급에서만 고를 수 있다는 것은 아쉽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포함해 약 160km를 달린 후의 평균 연비는 8.9km/L를 기록했다. 쏘나타를 포함해 국산 중형차와 비슷한 결과다.

i40는 현대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공들인 전략 모델이다.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 입지가 확고하지 못한 현대는 제품력 강화를 위해 포드의 원-포드 전략과 반대로 유럽시장만을 위해 별도의 모델을 개발했다. 더불어 조금 더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품질이 좋은 차를 사려는 유럽 소비자들의 패턴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i40의 외부 디자인뿐만 아니라 실내의 감성품질에서도 이런 노력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유럽시장에서 꽤 높은 경쟁력을 가질 만큼 완성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매력적인 스타일, 왜건의 쓰임새에 7개의 에어백(무릎 에어백 포함), 풀 어댑티브 HID 헤드램프, 전동식 테일게이트, 운전석&동반석 10방향 전동시트,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 등 많은 장비를 기본으로 담았다는 이유로 쏘나타보다 작은 차를 그랜저에 육박하는 값으로 선뜻 사려는 구매자가 많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