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식외

자동차 핸들의 비밀

skybulls 2010. 5. 14. 12:06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에는 파워, 승차감, 편의장치 등 굵직굵직하게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에 더해 차를 고를 때 사소한거 몇 가지만 더 신경 쓰면 정말 내 마음에 드는 차를 고를 수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스티어링 휠’(운전대·이하 핸들)입니다.


핸들에 리모콘이 달려 있느냐, 핸들이 가죽이냐, 스포크가 3개냐 4개냐 등은 이미 누구나 차를 고를 때 확인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차 구입에 앞서 핸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보는 소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핸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봐야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승용차는 핸들은 한쪽 끝으로 완전히 감은 후에 반대편으로 완전히 감길 때까지 돌려보면 약 3바퀴에서 3바퀴 반을 회전합니다. 제가 몰고 있는 NF쏘나타를 돌려보니 정확히 3바퀴가 나오더군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차량도 있습니다. 라세티 프리미어, SM3 등은 약 2바퀴 반 만에 왼쪽으로 완전히 틀어진 앞바퀴가 오른쪽으로 틀어집니다.


핸들이 3바퀴가 감기건, 2바퀴 반이 감기건 그게 무슨 상관일까요? 핸들이 몇바퀴만에 끝에서 끝으로 가느냐에 따라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자의 ‘감’(感)이 달라집니다.


저는 예전에 사소한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4차선에서 3차선으로 차선을 바꾸었는데, 그 순간 2차선으로 달리던 택시가 제 앞으로 빠른 속도로 끼어든 뒤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핸들을 왼쪽으로 돌려 택시를 피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제 차의 앞범퍼 오른쪽 부분이 택시 뒤범퍼 왼쪽 부분에 살짝 스쳤습니다. 차에 충격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말 그대로 스쳤지만 물론 물어줄 거 다 물어주고 보험료도 할증됐습니다.^^


그때 든 생각이 이거였습니다.


‘핸들이 좀 적게 감기는 차였으면 충분히 피했을 텐데…….’


일반적으로 핸들이 적게 감기는 차는 운전자가 핸들링이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반면 많이 감기는 차는 ‘내 의도보다 자동차가 한 박자 늦게 반응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핸들링이 뛰어난 경우의 단적인 예가 F1 머신입니다. F1머신은 핸들이 한 바퀴도 감기지 않습니다. 핸들을 왼쪽으로 5도 꺾으면 바퀴도 5도 꺾이고 오른쪽으로 3도 꺾으면 바퀴도 오른쪽으로 3도 꺾입니다.


시속 300km로 달리면서 순간적인 코너링을 하기 위한 F1 머신 핸들이 3바퀴 감긴다면 정말 볼만한 광경이 펼쳐지겠죠.(레이서들이 경기 중에 미친 듯이 핸들을 좌우로 감는..)


‘내 몸처럼 움직여 주는 차’를 원하는 운전자는 이처럼 핸들 회전수가 적은 차량을 고르는 게 만족감이 높습니다. F1 머신처럼 바퀴와 1대1로 움직이는 핸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자동차 회사들이 핸들을 그렇게 만들지 않는 이유는 안전 때문입니다.


만약 핸들이 1대1로 대응한다면 운전 중 잠시 음료수를 마시거나 휴대전화 벨소리에 시선을 휴대전화로 돌리는 사소한 순간마다 사고가 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레이스트랙이 아닌 일반 도로 환경에서 안전을 담보하고 예민한 핸들링을 느끼기에는 2바퀴, 2바퀴반 정도가 적당합니다.


반면 안락하고 편안한 운전을 원하는 운전자는 핸들이 3바퀴 정도 감기는 차량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아무리 과격하게 차를 몰고 싶어도, 제아무리 핸들을 빨리 돌려도 핸들이 3바퀴 감기는 차는 2.5바퀴 감기는 차 보다 과격한 회전이나 방향전환은 힘듭니다.


그렇다면 왜 메이커들은 핸들이 3바퀴 감기는 차를 계속 내 놓을까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차량은 상대적으로 동승자들이 ‘안락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자동차가 운전자의 의도보다 반박자 늦게 반응을 하기 때문에 승차감 역시 운전자의 의도보다 한 단계 높아지는 것입니다.


운전자보다는 가족 등 동승자의 안락함이 구매 포인트인 중 대형 세단이나 셔펴 드리븐(운전기사를 두고 관리하는) 차량은 당연히 차의 주인공이 운전자가 아닌 ‘승객’이기 때문에 핸들이 많이 돌아가는 차일수록 유리한 거죠.(사장님 뒷좌석에서 신문 보시는데 차가 좌우로 마구 흔들리면 안 좋겠죠.)


핸들이 3바퀴 감기는 차는 그 만큼 차가 늦게 반응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성격도 느긋해야 합니다.


‘쏘나타, SM5 모는 사람들은 성격이 좋다’ ‘투스카니 운전자들은 대개 운전을 과격하게 한다’, 운전자들은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이게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닌 거죠.


왜냐하면 쏘나타, SM5 운전자는 아무리 운전을 과격하게 하고 싶어도 차가 늦게 따라오기 때문에 스포츠카 운전자보다 ‘절대로’ 더 과격하게 운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차 견적 뽑으러 가신다고요? 시승차가 없더라도 반드시 전시장에 세워진 차의 핸들을 끝까지 돌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를 위한 차를 살지, 가족을 위한 차를 살지 결정하세요.